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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보러갈까요ㅣ 정경아 갤러리 '2021 소우전'과 비오케이갤러리 'PIG POP 모던타임즈'

세종시도시재생지원센터2021-02-01

               
글. 사진
이지현 시민기자


세종시청 앞에 있는 카페공주는 카페 겸 갤러리(정경아갤러리)이다.

기자가 카페를 찾은 1월 말에는 ‘2021 소우전’이라는 이름으로 8명의 작가가 참여한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유화, 디지털 디자인,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방식의 작품들이 ‘소’를 주제로 저마다의 빛깔을 내며 어우러져 있다. ‘우보만리(牛步萬里)’.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리를 간다는 사자성어를 형상화한 문진희 작가의 캘리그라피 작품을 보면, 글자가 소의 걸음처럼 착실하고, 함께 멀리 가자고 말하는 듯 푹신하게 느껴진다. 


[작품1] 현송 문진희, ‘우보만리(牛步萬里)’, 일부 사진촬영
[작품2] 임성만, ‘Celebration’, 일부 사진촬영



임성만 작가는 소의 여러 가지 얼굴을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나의 의식 속 소는 갈색 얼굴에 순한 눈을 한 전형적 모습 하나뿐인데, 그의 작품 속에서 소들은 각기 다른 뿔의 모양과 색을 지니고 고유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소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들도 저마다 이름을 가진 우리의 이웃이라는 생각이 스며든다. 나는 그저 소를 소고기로만 인식하고 살지 않았나? 우직하게 걸어가자는 당연한 말을 새롭게 느끼고, 상투적인 인식에 조그만 틈새가 생기는 것을 경험하는 시간은 불과 십분 남짓이었지만, 멀리 생각의 여행을 다녀온 듯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이번 전시는 2월 10일까지이지만, 카페의 공간은 상시 작품들로 채워져 있으니 언제고 들러서 차 한잔과 함께 일상의 여행을 떠나봐도 좋을 것 같다.



이어서 반곡동에 있는 비오케이갤러리로 가서 한상윤 작가의 ‘PIG POP 모던타임즈’ 전을 보았다. 
이곳은 온통 돼지가 주인공이다. 사랑스러운 얼굴의 돼지는 달빛 비치는 밤에 술을 마시고, 명품 옷을 입고 골프를 치고, 가족들과 단란하게 여행을 떠난다. 처음엔 귀여운 돼지와 돼지 가족이 보이지만, 벽면을 가득 채운 이들을 만나다보면 액자 속 돼지와 돼지 가족의 모습 속에 나와 우리들의 모습이 보인다. 한껏 치장하고 행복을 위해 길을 나선 저들은 우리처럼 어딘가에서 맛집을 검색하고, 셀카를 찍을 것만 같다.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림 속 돼지들은 그저 마냥 행복해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은 각기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기보다는, 균일한 빛깔의 행복을 보여주는 하나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작품3] 한상윤, ‘오늘도 밤이 익어간다’, 일부 사진촬영
[작품4] 한상윤, ‘나이스샷’, 일부 사진촬영



한상윤 작가는 10년 이상 돼지를 그려왔다. 처음에는 돼지를 통해 ‘현대인들의 물질적 욕망 그 자체’를 표현했다가 최근에는 우울한 세상을 신명나게 즐겨보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돼지를 통해 표현한다고 한다.(청년타임스, 2020.7.31.자, ‘행복한 돼지작가, 한상윤의 청년시대’ 기사 참조) 그래서인지 작품 속 돼지들이 그려나가는 행복은 동심의 세계보다는 현실 세계에서 물질을 바탕으로 쌓을 수 있는 행복의 상(象)에 더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한상윤 작가의 개성이 드러난다. 너무 단순한 행복의 이미지라 하기엔 그림을 보는 나 또한 그와 같은 행복을 바란다는 점에서 전시장의 작품들은 내 마음을 드러내주는 거울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전시는 2월 28일까지 계속된다. 


아직 한겨울이고 코로나로 마음도 얼어붙기 쉬운 시절이지만, 전시장에 오면 벚꽃 날리는 봄을 미리 만날 수 있다. 
봄햇살이 누구에게나 따사롭게 다가오는 것처럼, 어린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그림들이다. 
문득, 행복한 돼지가족의 모습이 아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해진다. 



[작품5] 한상윤, ‘설레임-행복한 돼지커플’외, 사진촬영